노 대통령 서거
몇년 전, 술자리에서 사촌오빠가 했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여러 화제를 거쳐, 우리의 대화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까지 흘러갔다.
그의 정책들, 당시 세태들에 관한 비판적인 말들을 주로 주고 받던 중, 잠깐의 침묵 끝에 오빠가 입을 열었다.
"...난 그래도 언젠가 노무현은 역사가 정당한 평가를 내려 줄거라 생각해. 합당한 평가를 받을 날이 올꺼야."
사실, 나는 그의 지지자가 아니었다. 나에게 투표권이 없었던 대선후보 시절에도 그랬고, 그의 집권 시절에도 그랬다.
아마도 나는 막연하게나마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한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니, 바뀌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을 지켜보면서, 아, 그래. 결국 당신도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정체성 혼란.
적어도 당시 내 눈에는 그의 정책이 그렇게 보였다. 그가 발 딛고 선 지지기반과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면, 그의 정책은 이도저도 아닌 것에 가까웠다. 물론, 툭하면 말꼬리 잡기 바쁜 한나라당, 그리고 언론과의 싸움이 당신에게는 정말 힘들었을게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들은 평가 유보로 남았다. 아니, 어찌보면 실패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이 고소하기도 했다. 386들의 자만과 좌절을 그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랫세대인 우리를 '사회문제에 무지한 이기적인 세대'이자 '무식한 세대'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나는 그렇게 잘난 척 하던 니네도 결국 앞선 세대들과 다를 것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노무현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 왜 그렇게 박한 평가를 내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린 대학생의 치기였을 수도 있고, 한국에서 절대로 다수당이 될 수 없는 당의 지지자로서 답답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혹은, 그의 지지자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도 간접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제 그는 정말로 없다. 트랙백한 은하의 글에서처럼,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그에 관한 사유는 종결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남아버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벌써부터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잡음들에서 어쩌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테지. 하지만 그것이 거꾸로 우리가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떨쳐 내고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몇년 전, 술자리에서 사촌오빠가 했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여러 화제를 거쳐, 우리의 대화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까지 흘러갔다.
그의 정책들, 당시 세태들에 관한 비판적인 말들을 주로 주고 받던 중, 잠깐의 침묵 끝에 오빠가 입을 열었다.
"...난 그래도 언젠가 노무현은 역사가 정당한 평가를 내려 줄거라 생각해. 합당한 평가를 받을 날이 올꺼야."
사실, 나는 그의 지지자가 아니었다. 나에게 투표권이 없었던 대선후보 시절에도 그랬고, 그의 집권 시절에도 그랬다.
아마도 나는 막연하게나마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한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니, 바뀌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을 지켜보면서, 아, 그래. 결국 당신도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정체성 혼란.
적어도 당시 내 눈에는 그의 정책이 그렇게 보였다. 그가 발 딛고 선 지지기반과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면, 그의 정책은 이도저도 아닌 것에 가까웠다. 물론, 툭하면 말꼬리 잡기 바쁜 한나라당, 그리고 언론과의 싸움이 당신에게는 정말 힘들었을게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들은 평가 유보로 남았다. 아니, 어찌보면 실패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이 고소하기도 했다. 386들의 자만과 좌절을 그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랫세대인 우리를 '사회문제에 무지한 이기적인 세대'이자 '무식한 세대'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나는 그렇게 잘난 척 하던 니네도 결국 앞선 세대들과 다를 것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노무현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 왜 그렇게 박한 평가를 내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린 대학생의 치기였을 수도 있고, 한국에서 절대로 다수당이 될 수 없는 당의 지지자로서 답답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혹은, 그의 지지자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도 간접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이제 그는 정말로 없다. 트랙백한 은하의 글에서처럼,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그에 관한 사유는 종결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남아버렸다'.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벌써부터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잡음들에서 어쩌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테지. 하지만 그것이 거꾸로 우리가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떨쳐 내고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글
은하 2009/05/24 15:54 # 답글
한 서너시간 멍할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주말 내내 침울하냐. ㅠ_ㅠ 지지자도 아니었는데.그의 시대에 우리가 대학생활 겪었던 온갖 치기와 답답함과 희망을 다 정리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그가 죽어버림으로써 비극으로 끝나버렸다는 게 슬프기도 하고
벼랑에 선 순간만큼은 우리가 좌절한 거 이상으로 좌절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살아남은 자의 부담 참 커....
noname 2009/05/24 18:26 #
그러게. 나도 금방 그러려니...하고 말 것 같았는데, 은근히 후유증이 좀 있다야.;;아직 당신과 당신이 한 것들에 대한 담론이 진행중이고, 오늘날의 우리와 단절된 역사가 아닌데 말야.
바깥의 우리는 아직 정리중인데, 당신 혼자만 정리하고 이렇게 훌쩍 가 버리다니...
정말로, 뭔가 보여줄 기회를 빼앗긴 느낌이랄까, 사실은 그런 생각도 좀 있는 것 같아. 당신이 꿈꾸던 세상을 우리가 나중에 당신보다 더 근접하게 이루어 내는 것을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