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시대 by noname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정말 그렇다.
백화점을 가득 메운 인파들 사이에 '불황' 이라는 글자는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코트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하던 마음은 이내 사그라들어 버렸다.
엄청난 인파 앞에서 한 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코트의 종류 앞에서 두 번,
조금 괜찮다 싶은 녀석의 가격 앞에서 세 번.

요즘의 백화점이 으레히 그렇듯,
'비싸기 때문에' 팔리고, 또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품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수입명품관'이라는 층.
쉽사리 매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겉만 뱅뱅 돌고 있으려니,
흡사 성벽 앞에서 이를 어찌 공략해야 하나 고민하는 병사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가장 기본 공략 무기인 '명품백'조차 갖추지 못한 나는,
하릴없이 후퇴하고 말았지만.
명품숍의 견고한 성벽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무심히 대걸레질을 하며 지나간다.

예전에는 그래도 백화점은 백화점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백화점 안에서도 또 하나의 성이 생겨나 버렸고.
'경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지 어언 4년째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황이다 불황이다 하는데, 여길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백화점은 원래 그랬던가 싶기도 하고.
십년전에는 십만원도 안 하던 청바지가 이젠 우습게 십만원을 호가하는데,
청소부 아주머니의 월급은 십년전보다 얼마나 올랐을까 싶기도 하고.

소비의 시대, 2011년 초겨울의 백화점 풍경은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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